[한국기록전문가협회 논평 2018-09]
국가기록관리 혁신의 전환점이 필요하다
2017년 새 정부 출범 이후 국가기록원은 지난 10년간 정체된 국가기록관리 발전을 위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의 시작은 2017년 11월 최초의 민간 기록전문가 출신 국가기록원장 취임이었다. 이에 협회는 작년 11월 29일 ‘최초의 민간 기록전문가 출신 국가기록원장 취임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고 혁신을 이끌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또 행정안전부 국가기록관리혁신 TF는 작년 12월까지 3개월간 활동하여 2018년 2월 26일 ‘국가기록관리 혁신 방안’최종보고서를 국가기록원에 제출하였다. 이후 국가기록원은 혁신작업을 전담하기 위한 ‘국가기록관리 혁신 추진단’(이하 ‘혁신추진단’)을 설치하고 지난 6월 29일까지 5개월간 운영하였다. 그 결과로 지난 8월 22일에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공공기록물법 입법예고(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또 10월 17일에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대통령기록물법 입법예고(안)’)이 입법 예고되었다.
‘공공기록물법 입법예고(안)’의 입법예고가 종료되었고, ‘대통령기록물법 입법예고(안)’의 입법예고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그동안 이루어진 국가기록원의 혁신 과정을 평가하고, 향후 추진 방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먼저 그간 국가기록원 스스로 약속한 각종 혁신의 과제들이 이루어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협회 등 기록공동체가 국가기록원에 요구한 과제들의 추진계획이 마련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번 ‘공공기록물법 입법예고(안)’과 ‘대통령기록물법 입법예고(안)’이 혁신에 걸맞은 것인지, 그간 제기한 기록관리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혁신추진 전담 조직을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
6월 29일로 운영이 끝난 혁신추진단은 구성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국가기록원 외부의 목소리를 혁신에 반영하기 위한 인사 교류는 결국 애초 계획과 달리 연구사 1명을 교류하는데 그쳤다. 또 공공기록관리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만든다는 목적으로 구성된 ‘공공기록관리혁신팀’은 아무런 역할을 부여받지 못한 채 팀원이 총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더 큰 문제는 혁신추진단이 혁신을 총괄하고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 과제를 각 과에 분배하고, 혁신 목표의 하나일 뿐인 법안 개정안 작성에만 몰두함으로써, 혁신의 범주를 스스로 축소시켜버리고 혁신의 방향을 유지 발전시키지 못했다.
이미 혁신추진단 운영이 끝난 상황에서 앞으로 국가기록관리 혁신 추진을 담당할 국가기록원의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그동안의 문제점을 바로잡고 앞으로 진행할 혁신의 중장기 계획을 시급히 작성해야 한다. 각 영역별 추진계획과 담당 부서를 결정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의 목표와 수단을 정의하고, 각 단계별 추진전략을 집중해서 작성하는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국가기록원은 이미 ‘국가기록관리 혁신추진단 운영계획 보고’를 통해 올해 3/4분기 중 조직개편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하반기 내내 조직개편 계획만 무성하고 11월까지도 조직개편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금번의 공공기록물법 개정안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금번 공공기록물법 입법예고(안)은 ‘혁신의 결과’로 이해하기에 많은 부족함을 안고 있다. 3월 15일 언론 브리핑에서 국가기록원장은 스스로 ‘이견이 없고 시급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금년도 정기국회에 제출’한다고 한 바 있다. 이는 혁신 전반에 걸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계획에 의해서 이번 개정안이 작성되지 않았음을 의미할 것이다. 국가기록원은 스스로 혁신의 주체가 되기를 포기했는지 의심받고 있다. 따라서 새로 구성되는 혁신 전담 조직은 이번 공공기록물법 개정안의 입법 처리뿐만 아니라, 국가기록관리체계의 진정한 혁신을 기획하는데 착수해야 한다. 이미 협회 등 관련 기관은 공공기록물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의견을 분석하고 소통과 협업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기록관리체계의 발전을 위해 기록관리 관련 전체 법규가 어떤 모습을 갖추고 각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국가기록관리혁신TF 권고사항의 추진상황을 공유하라
국가기록관리혁신TF는 활동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과 최종보고서에서 폐단 조사 결과와 혁신방안에 근거하여 진상 규명 권고, 수사 의뢰 권고, 감사 권고, 조사 권고, 국가기록원장의 대국민 사과 및 혁신 조치 추진 권고 등 5가지 사항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가기록원장은 올해 3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기록원이 기록관리 전문 행정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국가기록관리혁신 TF의 권고를 받아들여 기록 사건에 대한 기록화를 추진하고 기록성찰백서를 발간하겠다’고 약속한바 있다. 8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국가기록관리혁신TF의 권고사항에 대한 추진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원장이 약속한 기록성찰백서의 발간은 추진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폐단에 대한 반성은 혁신의 밑거름이다. 국가기록원장은 스스로 약속한 사항들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상황 및 향후 계획을 국민들에게 조속히 보고하고 소통하여야 한다.
기록공동체는 국가기록관리 혁신에 최선을 다하고 이를 구체화 해야 한다
국가기록관리 혁신은 국가기록원이나 국가기록원장만의 과업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모든 기록공동체 구성원이 기록관리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을 책임지는 일이다. 따라서 국가기록관리 혁신의 실패는 국가기록원이나 국가기록원장만의 실패가 아니다. 전체 기록공동체의 실패인 동시에 민주주의 발전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방향을 잃은 국가기록관리 혁신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제안한다.
먼저 법령 전면 재개정을 포함한 국가기록관리에 대한 전체적인 혁신 로드맵을 다시 그려야 한다. 기록의 정의, 기록관리의 범위 등 기록관리의 기본 개념에 대해 다시 성찰하여 법규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록관리 프로세스의 전면 재검토도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국가기록원 내부에서 이러한 과제들에 대한 집중 논의를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도출된 의견을 바탕으로 기록공동체와 소통해야 한다. 혁신은 현재의 민간 기록전문가 출신 원장의 재임기간 내내, 어쩌면 더 긴 시간을 두고 이루어 내야 하는 과업이다. 단기간의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는데 우선적으로 집중하기 바란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런 작업을 전담하기 위한 전담조직의 구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가기록원장은 국가기록원 전체와 혁신 전담 조직, 개별 기록물관리기관들, 협회 등 기록관리 단체, 기록공동체 전체가 왜곡 없이 소통하도록 물질적, 문화적 기반을 조성하여야 하며, 중요한 결정사항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직접 결정하고 설명해야 한다. 그것이 민간 기록전문가 출신 원장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지난 11월 6일은 한국기록전문가협회가 창립한 지 8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협회는 ‘기록관리의 전문성을 확립하고 기록의 가치를 수호하여 민주주의와 공공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기록관리 관련 사안에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또한 기록관리 혁신 과정에도 꾸준히 참여하였다. 공공기록관리혁신팀을 추천하고, 협회 운영위원이 자문위원회 등에 참여하여 활동한 바 있다. 논평 등을 통해 실제 혁신추진에서의 우려사항을 지적하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협회는 이번 혁신이 창립 8주년을 맞이하는 협회에게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앞으로도 혁신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비판과 독려를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2018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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