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Korea Association of Records Managers and Archivists

219노선버스 5

[아키비스트의 눈] 생일을 맞아

생일을 맞아 219노선버스 오랜 시간을 버티다 뒤늦게 결혼한 처제가 조카를 순산하였습니다. 동서는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앞서 두 분의 집안 어른을 여의었으니 모처럼의 기쁨일 뿐만 아니라 곱절로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남겨지는 사람으로서 겪는 슬픔보다 새로 맞이하는 입장에서의 반가움이 한결 큰 것은, 나이 듦에 대해, 그리고 이승의 인연에 대해 조금이나마 배워온 연륜 때문이려니 싶습니다. 그러다가 왠지 죄송한 마음이 들어 처음의 어딘가로 돌아간 그분들의 자취를 돌아봅니다. 집안에 남아 있던 것은 물론, 학창시절의 것들과 가까이 지내던 벗들과의 사연 속에 낯설면서도 그리운 그 모습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한 눈에 알아보고 단박에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무르팍에서 자란 세대인 까닭에 집안의 ..

[아키비스트의 눈] 오월의 고백

오월의 고백 219노선버스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은 “그리움”이라고 했던가요? 저 혼자만 바쁜 듯 성급히 돌아서는 까닭에는 또 다른 그리움이 남을까 두려운 마음도 있습니다. 바보같은 짓인 줄 알지만 그이의 부재를 굳이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도 있습니다. 하늘도 맑고 잎사귀들도 푸른 요즘 같으면 작은 바람 소리에도 발끝이 끝내 멈춰지고 어쩌지 못해 뒤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나 대개 그리움은 나의 일인 까닭에 오늘같은 날 누군가 나를 그립다 하리라 생각지 않습니다. 테레사 수녀님의 뉴스를 보며 눈물을 보이던 친구를 떠올리다가도 공부는 정말 못했다는 몹쓸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와락 품어야 할 슬픔의 존재들이 매일 오가는 시청 앞이며 서울역 앞에 지쳐가고 있어도 정작 저는 나의 그리움에 떠밀려 오늘도 침몰하고 맙니..

[야단법석] 기록과 정치(2) - 우리에게 기록관리와 기록보존은 정치다.

'기록인 칼럼'의 5월 지정주제는 '기록과 정치'입니다. '정치'의 문제가 넘쳐나는 시기입니다. '기록'과 '기록관리'가 정치 문제의 중심에 떠오르기도 합니다. 기록·기록관리·기록전문가는 정치와 어떤 관계인지, 나에게 또는 우리들에게 정치는 어떤 의미인지, 기록인 칼럼과 함께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우리에게 기록관리와 기록보존은 정치다. 219노선버스 내일이면 그분이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지신지 만 3년이다. 최근에 알려진 마지막 육성 녹음은 당시 참담했던 그분의 심경을 고스란히 전한다. “기록의 중요성”과 “기록의 힘”을 내세우는 글과 주장에 공감해왔지만, 그분의 경우를 되새겨 보자면 참으로 기록이란 게 두렵고 무섭다. 돌아보건대 쌀 직불금 파문을 핑계로 대통령지정기록을 들여다보고파 했던..

[야단법석] 기록전문가의 필수품(1)

'기록인 칼럼'의 4월 지정주제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입니다. 우리가 매일 지니고 다니는 것, 공부나 일을 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것...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 219노선버스 곰곰히 주제에 대한 생각을 추스르긴 해보았지만 뭐라 말하기가 어렵네요. 대신에 그냥 저의 일상적인 소지품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작년에 이사하면서 멜빵 가방 하나를 찾았는데 트래킹할 때 쓰는 것처럼 작은 것입니다. 아침마다 어디 좋은 공기 마시러 가는 양 이 멜빵 가방과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방의 뚜껑에 해당하는 맨 위의 주머니엔 집과 차의 열쇠가 들어 있습니다. 열쇠들은 접이식 나이프의 고리에 달려 있는데, 나이프엔 아들 이니셜이 새겨져 있습니다. 작은 나이프 한 자루가 흔들림 많은 세상살이에 실용..

[아키비스트의 눈] 말 바꾸기라구요?

말 바꾸기라구요? 219노선버스 여지 없이 또 봄은 오고 있습니다. 움츠리고 힘겨워 하던 그 시간 속에서나마 다독이며 견뎌낸 하루하루가 보란 듯이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축하와 박수를 보낼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졸업하신 분들과 또 새로이 입학하신 분들 기록관리 현장에 입성하신 분들 아울러 최근 기록연구관으로 승진하신 분들 자랑스럽고 부러운 마음으로 진심어린 축하를 보냅니다. 한편 아쉬움 속에 낙담하고 계신 이들에겐 위로의 말씀도 전합니다. 요즈음 세상에는 “말 바꾸기” 논쟁이 한창입니다. 같은 목표를 두고 어제까지는 찬성하다가 오늘은 반대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한 뼘만 좀 더 들여다보면 “내용 바꾸기” 논쟁이어야 맞는 일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저 이름만 같을 뿐 지향과 의미, 수단과 방법이 어제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