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Korea Association of Records Managers and Archivists

NOTICE/아키비스트의 눈

[야단법석] 휴가와 방학(2) - 책 한권을 권함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7. 16. 13:27

'기록인 칼럼'의 7월 지정주제는 '휴가와 방학'입니다.
무더운 여름입니다. 비오듯 땀이 흐르지만, 휴가와 방학이 있어 즐거운 계절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휴가/방학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기록인들에게 어떤 휴가/방학을 권하고 싶으신가요?


책 한권을 권함

깃발

‘버렸을 거야.. 아니, 혹시 있을지도 몰라..’
책꽂이를 훑어본다.. 기억 속의 책은 20여 년 전 산 책이며, 포켓문고 크기였고, 책등은 자주색이었는데..
오호라~ 있구나.. 책이 있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한편으로 피식 웃게 되는 머쓱함.. 그래도 학계에 있다고 마음속으로 언젠가 다시 정독할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군..

이태준의 “문장강화”.. 1939년 잡지에 연재되다 1940년대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후, 2007년에도 새롭게 출판되고 있는 작문서의 고전.. 제목은 매우 딱딱하지만, 이 책의 범주를 시/에세이 부문에 넣을 만큼 어렵지 않게 글쓰기를 알려주는 명저이다.
언제부터인가..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글을 쓰는 것은 항상 어렵지만, 문장 자체를 이어나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진 것이다. 이태준 선생은 “글을 잘 쓰려면 세 가지만 기억하라.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商은 학문적이나 무언가를 탐구한다는 의미일 때 쓰임)"이라고 하였다. 즉,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말인데, 학계에 있다고 하면서도 이를 실천해 오지 않았음을 부끄럽게 고백하려니와, 각종 연구프로젝트 보고서, 발제 등을 통해 익숙해진 개조식 문체의 영향도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는 필자의 고민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석사과정은 글쓰기의 훈련과정이 매우 중요한데,  보기 좋은 프리젠테이션 자료와 깔끔한 개조식 문장으로 점철된 발제문은 다독, 다상량의 결과물로서 글쓰기의 훈련과정과 상치되는 부분이 있다. 그 결과, 석사 논문을 작성할 때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험들을 하게 되고, 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개조식 문체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개조식은 사실 서술식보다 더 어렵고 축약된 사고의 산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어느 순간 개조식을 단지 짧게, 보기 좋게, 혹은 해석되지 않는 문장은 건너뛰고, 줄여서 보여주는 방식으로만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이번 여름 필자는 어떤 일의 매듭을 짓기 위한 전초전으로 이 책을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방학(放學).. 일정하게 배움을 내려놓는다는 이 시기.. 전공책이 아닌, 이 책을 독자 여러분도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역시 칼럼 분량을 또 초과하고 말았다.. 이태준 선생은 “있어도 괜찮을 말을 두는 관대보다, 없어도 좋을 말을 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는 신경질이 문장에 있어선 미덕이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만연체 남발인 나로서는 아주 명심해야 할 말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