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리제단체 공동성명문]
반헌법적인 계엄령 선포를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약 3시간 뒤 국회는 재석의원 190명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4일 오전 4시 30분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1979년 10.26 사태 이후 44년 만에 발령된 이번 계엄은 약 6시간 만에 종료되었지만 한국 민주주의에 영원히 기억될 중요 사건이다. ‘(사)한국기록전문가협회, 한국기록학회, 한국기록관리학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반헌법적이고 반법률적인 비상계엄 선포가 한국 민주주의에 미칠 영향 등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1. 행정안전부는 국무회의 회의록과 속기록을 즉시 공개하라.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록물법)」 제17조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회의에 대해 회의록, 속기록 또는 녹음기록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3일 비상계엄을 국무회의에서 심의하였다면 국무회의의 회의록, 속기록 또는 녹음기록 등이 당연히 존재해야 한다. 국무회의 관련 기록을 관리하는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국무회의 기록이 역사와 민주주의 중요한 증거이며,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증거자료임을 직시하고 이를 국민에게 즉시 공개해야 한다. 국민은 반헌법적, 반민주적 행위에 대해 알권리가 있으며 이를 후세에 남길 의무가 있다.
2. 국가기록원장은 비상계엄 선포 관련 기록에 대한 긴급 폐기 금지 조치를 발동하라.
공공기록물법 제27조의3(기록물의 폐기 금지)에서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으로서 조사기관 또는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거나,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하여 긴급히 필요한 경우 기록물의 폐기 금지를 결정하고, 해당 공공기관 등에 통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은 국민의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에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해 비상계엄령이 절차에 따라 선포되었는지 향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기록원장은 즉시 계엄령을 포고한 대통령비서실, 국방부와 행안부, 계엄을 실행한 군 관련 기관 등에 대한 긴급 폐기 금지 조치를 발동해야 한다. 특히 비상계엄의 선포 요건인 국무회의의 주관부처인 행정안전부에 대해서는 국무회의 기록을 철저히 보존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만약 관련 기록이 적절히 생산, 등록되지 않았다면, 이에 대한 관련자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수사기관이 따로 요청하지 않아도 국가기록원장의 판단에 따라 가능하다. 이제 국가기록원이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전문기관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할 때이다.
3. 국가기록원 및 대통령기록관은 즉시 생산기관에 대한 긴급 점검을 수행하라.
공공기록물법 제9조는 중앙기록물관리기관장에게 기록물관리에 관한 지도 감독 및 평가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법령에 따라 국가기록원은 기록물 무단 폐기 의혹이 있을 당시 관련 공공기관 등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선 바 있다. 이번 사안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대한 사안이므로 국방부, 행안부, 군 기관 등 관련 기관에서 기록이 생산, 등록되기 전 무단으로 폐기되지 않도록 국가기록원은 즉시 점검을 나서야 한다. 특히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비서실 등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에 대해서는 대통령기록관이 긴급 지도점검에 나서야 한다. 기록물 무단 폐기뿐만 아니라 비상계엄과 관련된 의사결정 관련 기록물이 공식적인 기록물 생산시스템에서 생산되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4.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의 누락과 멸실을 대비하라.
야당은 오늘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했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의결해야 하기에 이번 주 내 대통령의 권한이 중지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향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여부를 떠나 대통령기록물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누락 없이 이관될 수 있도록 대통령기록관은 제도와 절차 등의 준비에 즉시 나서야 한다. 특히 대통령기록물법 제20조의2 제2항은 대통령의 궐위 시 기록물의 이동, 재분류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은 상황이 발생하고 적용을 준비하면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지금부터 대통령비서실 등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의 기록물관리 실태를 면밀히 살피고, 혹시 있을지 모를 관련 기록의 무단 폐기 등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5. 관련 기관의 기록관은 책임을 다해야 한다.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의 기록관, 국방부, 행안부, 군 기관, 국회 등의 기록관은 기록물의 생산을 통제하고, 보존하는 기록물관리기관의 기본 업무를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긴급한 상황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기록이 비전자 기록의 형태로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 기록관은 그 기록이 제대로 등록되었는지, 원본이 보존되어 기록관으로 이관되는지 등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비상계엄과 관련된 기록이 관련 단위과제에 제대로 편철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대통령 탄핵 소추 등을 진행하는 국회의 기록을 보존하는 국회기록보존소의 역할도 중요하다. 민주주의 전당인 국회가 이 상황을 어떻게 대응했는지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현장의 기록전문가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 이 사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남지 않는다. 기록전문가들은 전문성과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6. 기록전문가들은 기억하고 기록해야 한다.
계엄령 선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역사에 결정적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수많은 시민의 기억과 기록이 공존하기에 이를 공공기록물만으로 남길 수는 없다. 현재 시민단체 등의 성명과 활동 등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시간을 기록으로 남기는 활동 등도 도처에서 진행되고 있다. 기록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한 사명감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 기록을 통한 민주주의 수호는 우리 기록전문가들의 책무이자 사명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대한민국 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임을 직시하고 이 모든 사건이 역사에 기록되고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2024년 12월 4일
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한국기록학회
한국기록관리학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NOTICE > 논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록관리단체협의회 2차 성명서] 역사와 민주주의를 위해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은 책무를 다해야 한다. (1) | 2024.12.16 |
---|---|
[기록관리단체협의회 성명서] 반헌법적 비상계엄의 증거인 기록이 사라지고 있다. (0) | 2024.12.10 |
공공기록물법 일부 개정안(2024)에 대한 기록학계 및 관련 단체의 입장문 (4) | 2024.09.30 |
[논평 2024-01]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지정기록물 해제를 위해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 (1) | 2024.02.06 |
[논평 2023-02]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지정기록물 해제가 대통령기록관리 제도의 분기점임을 인식해야 한다. (0) | 2023.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