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논평 2023-02]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지정기록물 해제가
대통령기록관리 제도의 분기점임을 인식해야 한다.
2007년 제정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기록물의 생산을 독려하고, 더 철저한 관리와 활발한 활용을 위해 제정되었다. 이중 ‘대통령지정기록물제도(이하 지정제도)’는 대통령기록물 생산을 독려하기 위한 핵심 조항으로 일정 기간 강력한 보호로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되, 보다 많은 대통령기록물이 남도록 하는 장치이다.
이와 같은 대통령지정기록물제도는 열람 권한을 갖고 있는 전직 대통령(대리인 등 포함)이 기록물을 활발하게 열람하고 해제 전이라도 지정 필요성이 없는 기록물을 국민에게 공개하여, 역사적·사회적으로 중요한 대통령기록물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지금까지 충실히 실현된 바 없다. 전직 대통령의 직접 열람은 전무하고, 대리인을 통한 열람 실적도 미미하다. 알권리를 제한당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그간 대통령지정기록물이 해제된 사례가 없지는 않다. 제16대 이후 지정 보호기간이 짧게 책정된 대통령 기록물 일부가 해제된 바 있다. 그러나 그 양이 미미했고, 업무를 진행하는 대통령기록관은 국민에게 공개 대상을 알리고 그 의의를 설명하는 데 인색했다. 이번 대통령지정기록물 해제는 막대한 양이 해제될 뿐만 아니라, 제한되었던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대통령지정기록물제도의 취지와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사실상 기회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는 대통령기록관의 존재 이유와도 직결된다.
보호기간이 만료된 대통령지정기록물의 해제일이 내일(2월 25일)로 다가왔다. 통상 기록물 목록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관리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기록물 목록 준비부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정기록물에 포함되어 있는 비밀기록물을 선별하는 일, 지정에서는 해제되지만 바로 공개할 수 없는 비공개 기록물을 판별하는 일 등도 해제 이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준비가 부족하다면 2023년 2월 25일 해제일에 대규모로 대통령지정기록물이 공개된다고 믿고 알권리 제한을 합의한 국민들은 또 다시 기약 없이 기본권을 제한 당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기록관은 발표한 바와 같이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며, 앞으로의 국민에게 일정과 절차 등을 소상히 알려 대통령기록관리의 신뢰성 확보와 더불어 국민의 알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2월 25일 지정기록물 해제와 후속작업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앞으로 계속될 지정기록물 해제가 이번 해제에 준해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은 대통령의 국정 행위를 폭넓게 담고 있는 지정기록물 공개를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은 이번 해제 절차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향후 주요한 사건에 대한 지정기록물 해제도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만약 대통령기록관이 이번 지정 해제를 통한 국민의 알권리 보장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보호 중인 지정기록물에 대한 공개 요구를 넘어 지정기록 제도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기록관에 위기이자 기회이다. 지정 해제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직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지정기록물제도의 또 다른 핵심인 전직 대통령(대리인 포함) 등에 대한 열람권 보장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는 대통령기록물 지정해제가 꾸준히 발전한 대통령기록관리의 중대한 분기점으로 인식하고, 관심과 비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2023년 2월 24일
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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