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Korea Association of Records Managers and Archivists

NOTICE/아키비스트의 눈

[야단법석] 기록전문가의 필수품(5) - 나를 기록전문가로 만들어주는 것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4. 23. 13:35

 '기록인 칼럼'의 4월 지정주제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입니다.

우리가 매일 지니고 다니는 것, 공부나 일을 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것...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 : 나를 기록전문가로 만들어주는 것

세상초보

 
내가 이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항상 가지고 다니는 물건은 기록물 이관할 때 사용하기 위한 장갑도 앞치마도 칼과 가위도 마스크도 인수증도 아닌, 신분증이었다.

이것이 없으면 난 회사 입구부터 내가 누구인지 무슨 일로 이 곳에 왔는지 안전요원에게 설명해야 하고 현관조차도 내 힘으로 들어갈 수 없다. 서고도 출입할 수 없다. 그리고 기록물 열람도 업무시스템 접근도 할 수 없다.
결국 ‘나는 기록전문가입니다’라고 곳곳에 알릴 수 있는 것은 이 신분증밖에 없더라. 얼굴에 써놓고 다닐 수도 없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윗사람이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리거나 나의 직렬과 관계없는 업무 분장으로 ‘내가 이따위 일 하려고 여기 온 줄 알아!’하며 투덜거릴 때, 내 목에 달려있는 신분증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내가 비록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여기 온건 아니지만 내실있는 기록전문가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리라.’ 하고.

그리고 전문요원 채용도 기록관 설치도 안하고 이리저리 재고 따지는 기관을 방문할 때 이 신분증이 유용하게 사용된다(물론 너무 괘씸한 기관과의 미팅 때 사용하는 수법이지만 말이다). 또, 엉망진창으로 기록관리하고도 도대체 기록관리가 우리기관에 무슨 혜택을 가져다 주냐며 큰소리치는 기관을 혼낼 때도 유용하다.
마치 마패를 들고 ‘암행어사 출두요!’ 하고 당당히 들어오는 암행어사 같이 말이다.

그래서 나는 ‘기록연구사 ***’라고 박혀있는 이 신분증을 내 가방에서 한시도 빼놓은 적이 없었다. 가끔 우리아이가 가방을 뒤져서 목에 걸고 놀고 있으면 반드시 수거(?)하여 목줄을 돌돌 말아 가방에 넣고 지퍼를 잠근다.

내가 기록연구사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는 이 신분증은 나에게 또 다른 ‘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