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리․정보공개 단체 공동 성명서] 국가기록원장 직위의 민간전문직 개방은 정상화의 시작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다른 많은 분야에서와 같이, 기록과 관련하여 지난 9년간 벌어진 비정상의 목록도 결코 짧지 않다. 큰 사건만 추려도 2008년 이른바 ‘봉하유출’과 관련하여 국가기록원이 노 전 대통령의 비서진을 고발한 사건, 2012년 대선 직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사건, 2016년 박근혜 대통령기록 무단폐기 사건, 지난 3월 탄핵 이후 대통령기록 지정권한 위임과 봉인 조치, 그리고 기록 블랙리스트 논란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중심에 국가기록원이 있었다. 기록과 관련한 사회적 혼란이 발생했을 때 국가기록원이 전문기관으로 기능한 적이 없었다. 시의적절한 유권해석으로 논의를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하기보다는, 기록을 정치쟁점화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의 도구 역할을 자임하여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켰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도 국가기록원의 비정상 행위는 아직 진행 중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진을 고발했던 국가기록원이, 대통령기록의 무단폐기 의혹 앞에서는 침묵했다. 글씨 쓴 이의 사상을 문제 삼아 현판을 내렸던 대통령기록관은, 탄핵 당한 전 대통령의 글씨체로 새겨진 표지석은 역사기록물로 규정하고 존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지난 7월 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부겸 신임 행정자치부 장관은 ‘국가기록원장직을 개방형 공모직으로 해서 외부 전문가가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매우 다행스럽고 의미 있는 결정이다. 그러나 국가기록원장직을 민간 전문가에게 개방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민간전문가로 보해질 신임 원장은 무엇보다 먼저 그간의 모든 비정상의 전모를 밝혀 유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등불로 삼아야 한다. 행정자치부도 기록과 관련된 정책감사를 실시하고, 국가기록원을 거쳐 간 모든 일반직 공직자를 조사하여야 한다. 행정자치부가 주체가 되는 위로부터의 개혁과 국가기록원이 주도하는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함께 할 때라야만 국가기록관리가 정상화될 것이다.
행정자치부 소속인 국가기록원의 원장은 그 동안 행자부 고위공무원 중에서 임명되어 왔다. 국가기록원장의 평균 임기는 1년 남짓에 불과했다. 3개월 만에 다른 곳으로 옮겨 간 원장도 있었고, 2년간 3명의 원장이 지나간 적도 있었다. 한국의 국가기록원장이 당연직으로 EASTICA(동아시아 기록총회) 회장직을 수행했던 4년간, 다른 나라의 기록전문가들은 왜 매년 회장이 바뀌는지 납득하기 어려워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임기의 불안정성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기록원장 자리가 어딘가 더 좋은 자리로 가기 위한 발판 정도로 인식되어 왔던 점이었다. 행정자치부는 정치적 중립성의 의무를 위반하고 정치도구화한 원장들을 영전시킴으로써 국가기록원의 독립성을 훼손시켜왔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진을 고발한 전 원장은 차관급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거쳐 청와대 인사수석을 지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파기 주장을 이끌었던 전 원장은 행정자치부 차관을 거쳐 장관급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장으로 영전했다. 한편 전 정부의 정치적 편향을 이용한 음해도 이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편향적이었던 원장 중의 한 명은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인물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고발을 근거로 좌천되었다.
지난 10년간의 실패는 잘못된 제도나 제도의 부재에 기인한 실패라기보다 사람과 조직의 실패였다. ‘기록을 통한 투명사회와 책임사회 구현’은 기록법의 정신이자 국가기록원의 사명이다. 이 사명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윤리적 각성의 기반 위에 국가기록원과 대한민국 정부를 다시 세우지 않는다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2017년 7월 13일 한국기록학회, 한국기록전문가협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알권리연구소 [기록관리 정보공개 단체 공동성명서]_국가기록원장_직위의_민간전문직_개방은_정상화의_시작일_뿐이다_20170713.hw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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