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리단체협의회 논평]
국가기록원의 폐기 금지 조치는 끝이 아닌 시작이어야 한다.
국가기록원이 지난 1월 15일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의 폐기 금지 고시’(국가기록원 고시 2025-2호)를 하였다. 그간 시민사회 단체와 기록공동체는 12.3 비상계엄 직후 지속적으로 폐기 금지를 요구하였다. 이러한 요구가 사건 발생 40여 일이 지나서야 이루어진 것이다. 국가기록원이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는 사이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이 폐기되고 있다는 의혹이 있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통령비서실, 국방부 등 20개 기관에 대한 폐기 금지가 결정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이번 국가기록원의 폐기 금지 조치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보고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한다.
첫째, 폐기 금지 조치 불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바꾼 경과를 국가기록원은 설명해야 한다.
국가기록원은 그 동안 각계의 폐기 금지 조치 요구에 대하여 “폐기 금지 조치는 보존기간 만료 도래 기록물에 대하여 취하는 조치이며, 12.3 계엄 관련 기록물의 최초 보존기간 만료 시기는 2026년 1월 1일부터이므로 불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언론에 밝혀왔다. 그렇다면 금번 폐기 금지의 조치는 기존 입장의 변경인지, 아니면 불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고시한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입장을 변경한 것이라면 잘못된 입장 표명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 헌법기관 기록물관리기관과의 협의 때문에 지연됐다는 핑계가 선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폐기 금지 조치는 하루라도 빨리 합법적 폐기조차도 중지하게 하려는 제도이다. 한시가 급한 조치를 협의 때문에 지연했다는 설명은 소극 행정의 전형이고 행정편의적 발상이다. 협의 시간이 필요한 기관은 2차로 조치하고, 협의 불필요 대상에게 우선 신속히 조치했어야 한다. 국가기록원은 이번 선례를 참고하여 폐기 금지 조치가 왜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재점검하여 다시는 이런 문제를 발생시키면 안 된다.
셋째, 폐기 금지 조치는 12.3.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에 대한 조치의 시작임을 명심하고 국가기록원은 후속 조치에 신속히 임해야 한다.
폐기 금지 조치 이후 국가기록원은 “폐기 금지 조치 및 관리 실태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폐기 금지 대상) 기관에 대한 기록물관리 현황조사 또는 점검 등을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 시정 조치를 할 수 있다.”(공공기록물법 제27조의3 제3항) 그동안 국가기록원은 결재문서만을 폐기 금지 대상인 것처럼 해석하고 실태점검을 해왔다. 하지만 공공기록물법에서 기록물로 정의하는 모든 기록정보자료와 행정박물이 점검 대상이다. 예를 들면, “대통령ㆍ국무총리 및 중앙행정기관의 장 등 주요 직위자의 업무관련 메모”(시행령 제21조 제1항 제1호)도 대상이고, 다양한 행정정보시스템에서 생산되는 행정정보데이터세트와 시청각물도 점검 대상이다. 국가기록원은 정확하게 법률을 해석하고 조사 및 점검을 해야 한다.
넷째, 2020년 시행 이후 제도의 보완과 시행 여부 등에서 문제 제기가 많았던 폐기 금지 제도에 대하여 국가기록원은 법령 정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20년 신설 직후 당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공공기록물법에 따른 폐기 금지 조치 시행을 국가기록원에 요청했으나 국가기록원은 끝내 조치하지 않았다. 2024. 12. 13.의 故 채수근 상병 수사 관련 기록물의 폐기 금지 고시와 10·29이태원참사 관련 기록물의 폐기 금지 고시도 최초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지연된 고시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폐기 금지 실효성 제고를 위한 법령 정비 필요성도 확실해졌다. 국가기록원은 실효성과 적시성을 제고할 수 있는 법령 정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기록원은 지금까지의 과오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 늦은 감이 있지만 비상계엄 관련 기관들의 철저한 기록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국가기록관리의 신뢰 회복을 위해 국가기록원이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025년 1월 20일
기록관리단체협의회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
한국기록학회
한국기록관리학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한국기록전문가협회
문화융복합아카이빙연구소
한국 기록과 정보·문화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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