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Korea Association of Records Managers and Archivists

NOTICE/아키비스트의 눈

[야단법석] 기록전문가의 필수품(2)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4. 12. 16:17

 '기록인 칼럼'의 4월 지정주제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입니다.

우리가 매일 지니고 다니는 것, 공부나 일을 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것...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

미르

기록학을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내 주위의 사람들은 내가 어떤 공부를 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항상 궁금해 한다. 도서관 사서와 비슷한 것으로, 또는 고문서나 중요한 자료를 연구하는 것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어쨌든 대학원까지 다니면서 공부하고 하는 일이니, 고상하고 지적인 것이려니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가끔씩 내가 문서고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거나, 문서고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쳤다거나, 먼지 때문에 감기에 걸렸다는 말을 들으면, 대체로 이런 반응을 보인다.

“아니, 그런 일을 하세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이라... 주위 사람들의 상상에 어울리는, 좀 멋져 보이는 걸 꼽고 싶다.

먼저 내 주위를 둘러본다. 내가 일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 기록관리 법령집과 표준, 정보공개 매뉴얼, 업무수첩. 너무 평범하다. 그리고 업무에 관련된 법령 자료와 업무수첩 정도는 공무원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수적인 것이다. 다른 직원들과 다르게 나에게만 필요한 물건이 뭘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것밖엔 없다. 장갑, 마스크, 운동화, 작업복... 우아하면서도 멋들어진 물건을 꼽아보고 싶었는데, 현실은 어쩔 수 없다.
 
문서고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장갑, 마스크, 운동화, 작업복이 필수다. 장갑과 마스크 없이 기록물을 만졌다가는, 바로 손과 팔이 가려워지고, 코와 목이 아파진다. 기록물이 가득 담긴 상자를 들고 나를 때는 운동화가 필수다. 정장을 차려입은 채로는 먼지쌓인 바닥에 주저앉거나 상자를 번쩍 들어올릴 수도 없다.
물론 내가 문서고에서 ‘필수품’을 착용하고서 하는 일이 내가 하는 일의 모든 것은 아니다. 내가 하는 일 중에 제일 중요한 일도 아니고, 대표적인 일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일도 한다. 이것도 내가 기관에서 기록관리 담당자로서 아직까지는 직접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다. 아쉽게도 고상해 보이지도, ‘전문가’처럼 보이지도 않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