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지난 11월 15일 검찰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관련 고발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평가한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관련된 일련의 논란을 명확히 밝혀 줄 것이라 기대했던 검찰의 수사 결과는 여전히 의문을 남기고 있으며, 일부 견해를 달리할 내용도 있다. 이에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남은 의문점들에 대한 검찰의 과학적 입증과 설명을 촉구하는 한편 쟁점에 관하여 우리의 의견을 밝히려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 결과가 좀 더 신뢰를 받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첫째,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본의 성격과 삭제의 위법성 판단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회의록 초본을 삭제한 행위의 위법성 여부이다.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주요 회의록의 생산 강제 및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정상회담 회의록은 당연히 생산되고 보존되어야 한다. 그러나 회의록 초본을 기록물로서 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녹음된 기록을 녹취하여 문서로 작성한 것이다. 삭제된 초본은 회의록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생산된 문서이며, 녹음기록의 문서화 과정에서 보면 ‘검독’을 위해 작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상회담인 관계로 최종 검독자가 대통령이었고, e-지원시스템으로 초본을 검독한 대통령은 부정확한 녹취를 바로잡도록 지시하였다. 지시 내용은 그대로 문서로 남아 있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최종 검독자의 지시에 따라 회의록은 수정되었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완성본이 작성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초본은 회의록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검독을 위해 만들어진 문서이므로 신뢰성을 가진 기록으로 보기 어렵다. 신뢰성이 약한 점은 초본과 완성본의 대조를 통해 밝혀졌다. 이러한 성격의 초본을 반드시 보존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완성본을 보존시킨 상태라면, 초본 삭제 행위를 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 수정본의 미이관 등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검찰의 최종 수사발표를 통해 회의록의 생산에서 이관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과학적 입증과 설명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봉하e-지원에서‘발견’했다고 하는 회의록 완성본과 ‘복구’했다고 하는 초본이 왜 청와대에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한 기록물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는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점은 삭제 의도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사실이라고 본다.
2008년 故 노무현 대통령 기록 유출 사건과 관련하여, 검찰은 봉하로 유출되었던 봉하e-지원의 기록물이 모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었음을 확인했다고 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수사결과 발표는 2008년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와 달리 봉하e-지원의 기록물과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된 기록물에 차이가 있다고 한 것이다. 수사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또한 초본을 검독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록 초안을 열람하고 2007년 10월 21일자로 작성한 ‘보고서 의견’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그 지시가 어떻게 실행되었는지 등에 대하여 추론적 수준에서 주장이 제시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점들을 좀 더 명확히 할 수 있도록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생성과 관리의 전 과정에 대한 과학적 입증과 설명이 요구된다.
셋째, 국가기록원이 회의록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도 설명되어야 한다.
국회의 정상회담 회의록 열람 의결 후 국가기록원은 회의록을 찾는 작업을 수행하였으나, 끝내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검찰은 봉하e-지원에서 완성본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국가기록원이 찾지 못하였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삭제되지도 않은 채 온전히 등재되어 있는 회의록조차 찾지 못한 이유가 국가기록원의 전문성 부족 때문인지 국가기록원과 검찰은 설명해야 한다.
넷째, 이번 사건을 국가기록 관리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기록관리 관련자들은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아 왔다. 우리는 기록물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것을 경계하였고, 대통령기록물을 온전히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 사건을 종결하도록 권유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염원과는 달리 이번 정상회담 회의록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처만을 남긴 채 끝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적으로나 국민이 얻은 생산적 성과는 없다. 오히려 국제적으로 국가의 위상만 실추시키고, 국론의 분열만 초래했다.
이러한 과정을 돌아보며 우리는 기록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며, 전문가로서 학문적 소양과 실무적 식견을 넓히는 등 역량 강화가 필요함을 통감한다. 또한 국가기록관리의 법적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통감하였다.
국가기록관리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국가기록원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전문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국가기록관리체계 혁신을 위해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보안업무규정」등 기록관리와 관련된 일련의 법령들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와 개정이 요구된다. 이에 관한 구체적 방안은 차후에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기록이 정쟁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또 다시 기록을 정쟁의 한복판으로 끌고 나오려 하는 이들이 있다면,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기록을 역사의 몫으로 온전히 남기는 일에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모든 힘을 쏟을 것임을 다시금 다짐한다.
2013년 11월 18일
기록관리단체협의회 대표 안병우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원장 김익한
한국기록학회 회장 이승휘
한국기록관리학회 회장 서혜란
한국기록전문가협회 회장 이원규
한국기록관리학전공주임교수협의회 회장 이영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 전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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